한쪽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대한민국의 자주국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한미동맹을 더욱 성숙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환 시기를 서두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전작권 논쟁이 자칫 찬성하면 자주국방, 반대하면 동맹 중시라는 단순한 진영 논리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안보에는 진영이 없다.
전쟁이 발생하면 결국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을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무엇인가
전작권 전환을 지지하는 가장 큰 논리는 명확하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수준의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국가라면 자국의 전쟁을 스스로 주도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2026년 7월 1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전작권 회복을 자주국방을 넘어 더 강한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의 진화로 연결해 설명했다.
강신철 국방장관도 장관 후보자 당시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자체 방위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평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한미동맹의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논리에서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권한 하나를 가져오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군이 스스로 판단하고 지휘하며 책임지는 군대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반대 또는 신중론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신중론 역시 분명한 근거가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방위체계의 안정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국의 확장억제와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미 간 지휘체계와 신뢰가 어떻게 유지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결국 신중론의 핵심은 전작권 전환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한국군의 능력과 안보환경이 충분히 검증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진짜 쟁점은 ‘찬성인가 반대인가’가 아니다
전작권 전환 절차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평가와 검증은 최초작전운용능력 IOC, 완전운용능력 FOC, 완전임무수행능력 FMC의 단계로 진행된다.
2026년은 특히 FOC 검증을 마무리하고 전환 목표연도를 논의하는 중요한 시기로 평가되고 있다.
국방부는 2026년 11월 한미안보협의회 SCM을 계기로 전환 목표연도인 이른바 X연도를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전환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정말 준비됐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으로만 설명하는 것도 부족하다.
반대로 전작권 전환을 한미동맹 약화와 동일시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전환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유지된다.
중요한 것은 동맹의 역할과 지휘체계가 변화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미래연합군사령부를 중심으로 연합방위작전을 주도하고 미국이 강력한 지원전력과 확장억제 능력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전작권 전환이라면 한국군의 주도권 강화와 한미동맹의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2026년 9월 국방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전작권 전환을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가 군사보다 앞서는 것’
전작권 전환에는 정치적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정치적 구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군사능력은 준비됐는지,
지휘통제체계는 실제 위기에서 작동하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지,
정보·감시·정찰능력은 충분한지,
탄약·정비·보급 능력은 지속 가능한지,
한미 양국의 의사결정과 지원체계는 제대로 연결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
반대로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미룰 수도 없다. 반대 논리에도 역시 한계는 있다.
대한민국이 충분한 군사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막연한 불안만을 이유로 전환을 계속 미룬다면 한국군 스스로 책임지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더구나 전작권 전환 논의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조기 전환도, 무조건적인 연기도 아니다. 객관적인 검증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국민이 요구해야 할 것은 ‘공개 가능한 설명’이다
군사작전에는 공개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
그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의 원칙과 검증 과정, 주요 조건, 부족한 능력과 보완계획까지 모두 비공개로 남겨둘 필요는 없다.
국민은 최소한 이런 질문에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한국군은 무엇을 갖췄는가.
아직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그 부족한 능력을 언제까지 보완할 것인가.
전환 이후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만약 예상보다 심각한 안보위기가 발생한다면 전환 일정은 어떻게 조정되는가.
이런 설명이 있어야 국민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대한민국 안보에는 ‘정답 하나’가 없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국가안보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안보 논쟁이 상대방을 친북·반미·사대·극우 등 진영의 언어로 규정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부터 군사적 능력에 대한 냉정한 검증은 사라진다.
전작권 전환은 정치인의 선거 구호가 아니다.
대한민국 군인들이 실제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지휘체계의 문제이며,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다.
결국 답은 하나다
전작권 전환에 찬성하는 사람에게도 물어야 한다.
정말 충분히 준비됐는가.
전환에 신중한 사람에게도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족하고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는가.
이 두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 것이 진짜 안보 논쟁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전작권 문제를 더 이상 이념의 언어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자주국방도 필요하다.
한미동맹도 필요하다.
강력한 한국군도 필요하고 미국의 확장억제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전쟁 수행체계로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작권 전환의 성공 여부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대한민국 국민을 지킬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그것이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찬반 논쟁에서 대한민국이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이다.
정치의 답이 아니라 군사적 능력의 답.
구호가 아니라 검증.
진영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작권 전환 논쟁이 이제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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